3월의 설렘, 봄꽃 따라 떠나는 명산

여수 영취산 - 국내 최대 진달래 군락지의 화려한 축제
전라남도 여수에 위치한 영취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지만, 산세가 웅장하고 힘찬 산이다. 마치 거대한 불가사리가 사방으로 팔을 뻗은 듯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 산의 능선을 따라 국내 최대 규모의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봄이 되면 산 전체가 분홍빛 진달래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영취산의 진달래 군락지는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서쪽 능선에 형성된 정상 군락지, 동쪽 능선의 특이한 암괴인 개구리바위 북사면 일대의 개구리바위 군락지, 그 동쪽의 골망재 근처 능선 북사면에 위치한 골망재 군락지, 돌고개 부근의 돌고개 군락지, 그리고 정상 남쪽의 봉우재에서 시루봉 정상까지 펼쳐진 봉우재 군락지가 그것이다. 이 다섯 군락지가 모여 국내 최대 규모의 진달래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영취산은 접근성도 뛰어나다. 17번국도, 77번국도, 공단도로 등 넓은 대로가 산을 빙 둘러싸고 있어 어느 방향에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도로변 곳곳에 영취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등산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어느 입구에서 시작하든 정상까지의 거리는 3.5~4km 정도로, 천천히 진달래를 감상하며 올라가도 약 3시간이면 충분히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추천 코스는 흥국사 산림공원에서 시작하여 개구리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봉우재와 시루봉을 지나 다시 봉우재를 경유해 흥국사로 내려오는 루트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영취산의 다양한 진달래 군락지를 두루 감상할 수 있으며,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점봉산 - 생태계의 보고, 희귀 야생화의 천국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점봉산(1,424m)은 설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대청봉과 마주하고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입산이 통제되는 구역이 많아 생태환경이 비교적 원시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점봉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야생화와 희귀식물이다. 한반도 자생식물의 남북방한계선이 맞닿은 독특한 지리적 위치 덕분에 한반도 자생종의 약 20%에 해당하는 854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구역으로 지정되었다.
3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야생화는 점봉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를 시작으로 얼레지, 한계령풀, 홀아비바람꽃, 동이나물, 노란제비꽃, 금괭이눈, 미나리아제비 등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가진 귀한 생명들이 차례로 꽃을 피운다. 이들 야생화는 대부분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으로, 점봉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점봉산 자락에는 주전골, 12담계곡, 큰고래골과 같은 수려한 계곡과 만물상, 오색약수 같은 명소들도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전나무와 분비나무가 울창한 원시림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다만 생태보호를 위해 곰배령을 비롯한 일부 구간만 산행이 허용되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방문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추천 코스는 오색매표소에서 출발하여 용소폭포 갈림길을 지나 흘림골매표소까지 이어지는 루트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점봉산의 다양한 야생화와 원시림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광양 백운산 - 다양한 식물군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
전국에 '백운'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산은 50여 곳이 넘지만, 그중에서도 전남 광양의 백운산(1,218m)은 가장 높고 웅장하다. 산정에 걸친 흰 구름과 흰 바위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산은 다양한 식물군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유명하다.
백운산의 가장 큰 특징은 북쪽의 높은 봉우리들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어 남쪽 자락에 온대에서 한대 식물까지 1,08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생한다는 점이다. 또한 구름이 백운산을 넘어가지 못하고 비를 뿌리는 일이 잦아 수량이 풍부한 계곡들이 산재해 있다. 도솔봉, 따리봉, 상봉, 억불봉 같은 높은 봉우리들이 16km에 걸쳐 부챗살처럼 얽혀 있어 다양한 지형과 미기후를 형성하고 있다.
백운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크게 세 개의 지맥으로 나뉜다. 쫓비산, 망덕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길, 억불봉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억불지맥, 그리고 도솔봉에서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여수지맥이 그것이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덕분에 다양한 산행 코스를 즐길 수 있으며, 쫓비산, 백계산, 계족산 등과 연계하면 20km 이상의 장거리 산행도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8개의 등산코스 중 가장 추천할 만한 코스는 진틀마을에서 시작하여 병암계곡 삼거리, 남릉을 거쳐 정상에 오른 후, 상백운암과 백운사를 지나 먹방마을로 하산하는 루트다.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이 코스는 백운산의 다양한 식생과 아름다운 계곡, 그리고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천마산 - 수도권의 야생화 성지
경기도 남양주시와 양평군 경계에 위치한 천마산(812m)은 수도권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야생화의 천국이다. 특히 봄철이면 희귀 야생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산객들과 아마추어 사진가들로 붐빈다. 서울에서 전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당일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천마산이라는 이름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성계가 이곳을 지나면서 "가는 곳마다 청산은 많지만 저건 꼭 푸른 하늘에 홀笏을 꽂아놓은 것 같구나. 손이 석자만 더 길다면 저 끝에서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天摩)"라고 읊었다고 하니, 천마산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춘국도나 양평 서종면의 북한강변길에서 바라보면 천마산의 군계일학 같은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비록 주변에 평내, 마석, 오남리 등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예전의 호젓한 맛은 다소 사라졌지만, 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히 건재하다.
천마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야생화다. 봄이 되면 산 곳곳에서 피어나는 희귀 야생화들은 수도권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특히 노루귀, 복수초, 변산바람꽃, 솜방망이, 금붓꽃 등 다양한 야생화를 한 번의 산행으로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천마산은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어 초보자부터 숙련된 등산객까지 각자의 체력과 경험에 맞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코스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가족 단위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봄 산행의 매력과 주의사항
봄 산행은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진달래, 철쭉, 야생화 등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의 산행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그러나 봄 산행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첫째,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가능한 복장을 준비해야 한다. 아침과 저녁은 쌀쌀하지만 낮에는 햇볕이 강하므로 겹겹이 입는 레이어링이 중요하다. 둘째, 봄비로 인해 등산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야생화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등산로만 이용하고, 절대로 식물을 채취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봄 산행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깨우는 좋은 기회다. 여수 영취산의 화려한 진달래, 점봉산의 희귀 야생화, 광양 백운산의 다양한 식물군, 그리고 천마산의 아름다운 야생화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봄 산행지에서 자연의 생동감을 느껴보자. 봄의 향기와 색채가 가득한 산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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