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든 '두유 재앙'의 전말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정용 두유제조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제품들의 안전성과 성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두유제조기 7종을 대상으로 종합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여러 가지 위험 요소와 품질 문제가 발견됐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안전인증 문제다. 조사 대상 제품들 중 일부가 KC 안전기준의 핵심 항목인 정격입력과 표시사항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해외직구로 구매한 제품의 경우, 기본적인 안전 관련 정보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 중 안전성 테스트에서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7개 제품 중 3개 제품에서는 뚜껑을 비스듬히 열었을 때도 모터가 계속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위험을 높이는 심각한 결함이다.

 

소음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테스트 결과 제품들의 최대 소음은 평균 80.8데시벨(dB)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하철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고강도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 손상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제품의 기본 성능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평균 두유 제조 시간은 32분 30초로 측정됐는데, 일부 제품은 표시된 제조 시간보다 실제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베스트하임 더 건강한 두유제조기'는 무려 9분 2초가, '스칸디노티아 두유제조기 플러스'는 4분 28초가 더 걸렸다.

 

분쇄력 테스트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 제품의 경우 60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굵은 잔여물 비율이 49.4%에 달했다. 이는 실제로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두유를 마실 때 잔여물이 있다'는 불만사례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화상 위험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두유 제조 후 용기 외벽 온도가 50도 안팎을 기록한 반면, '밀리빙 세라믹 두유메이커'는 무려 90도까지 치솟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0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화상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90도는 심각한 화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KC전기용품 안전인증을 넘어서는 더욱 엄격한 안전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제품의 특성과 소비자 불만을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