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 명 홀린 '상어 의사' 허스트, MMCA 역대 1위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가 한국 미술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아시아 첫 개인전의 막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96일 동안 무려 5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이는 미술관 개관 이래 단일 전시로는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갈아치운 성과로, 난해하다고 여겨졌던 현대미술이 대중과 얼마나 깊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사례로 남게 됐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전체 관람객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상회했으며, 10대 관람객까지 합치면 젊은 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포르말린 용액 속에 잠긴 상어와 화려한 나비 날개로 장식된 캔버스 등 허스트 특유의 파격적인 시각 언어는 SNS를 통한 공유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강렬한 영감을 선사했다. 이들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상을 디지털 공간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전시의 열기를 확산시키는 주체 역할을 했다.

전시의 흥행은 미술관의 브랜드 파워 강화로도 이어졌다. 전시 기간 중 국립현대미술관의 신규 회원 가입자 수는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했으며, 공식 SNS 채널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은 700만 회가 넘는 노출 수를 기록했다. 특히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특별 좌담 프로그램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거장과 직접 교감하고자 하는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학구열과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상당했다. 전시와 연계해 제작된 다양한 아트 상품들은 이른바 '굿즈 열풍'을 일으키며 관람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상어 에코백과 스핀 페인팅을 활용한 소품 등은 전시의 감동을 소장하려는 이들로 인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 결과 굿즈 판매액은 지난해 흥행작이었던 론 뮤익 전시와 비교해 약 3배가량 증가하며, 전시 기획이 문화적 가치를 넘어 산업적 성공으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글로벌 관광 자원으로서의 면모도 확인됐다. 전체 관람객 중 외국인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특히 유럽과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들이 허스트의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점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했음을 의미한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상징성이 해외 미술 애호가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국내외를 아우르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방침이다. 김성희 관장은 허스트의 예술 세계가 한국 관객들에게 현대미술을 보다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96일간의 대장정은 끝났지만, 허스트가 던진 삶과 죽음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들은 한국 관객들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기며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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